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과 시상대에서 사진을 찍은 북한 선수들이 현재 평양에서 사상검열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선수들에 대해서는 처벌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21일 데일리NK는 평양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올림픽위원회 대표단과 선수단은 지난 15일 귀국한 이후 평양에서 사상 총화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총화는 북한 주민들이 소속된 당이나 기관, 근로 단체에서 각자의 업무와 공·사생활을 반성하고 상호 비판하는 모임이다.
보도에 따르면 국제 대회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은 세 단계에 걸쳐 총화를 받는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들도 중앙당, 체육성, 자체 총화 등 세 단계에 걸쳐 사상 총화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런 사상 총화를 하는 이유는 북한에서는 해외 체류 자체를 비사회주의 문화를 접하는, 이른바 ‘오염 노출 행위’로 간주하고 있어서다. 소식통은 “선수들이 귀국하는 순간부터 총화가 시작된다”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사상을 ‘세척’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평양에서 진행되고 있는 총화는 중앙당 총화로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산하 체육 담당 부서가 주관한다.
이는 출국부터 귀국까지 전 과정을 조사하고 분석, 평가하는 과정이다. 선수들이 올림픽 기간 당의 방침이나 교양 사업과 어긋나는 문제 행동을 한 경우에는 처벌도 이뤄진다.
북한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 한국 선수를 비롯한 외국 선수들과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처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 후 시상대에 선 선수들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Z플립6 올림픽 에디션’으로 ‘빅토리 셀피’를 찍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선수들이 한국 및 중국 선수들과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이 나와 이목을 끌었는데,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당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선수는 탁구 혼성 복식에서 은메달을 딴 리정식, 김금용 선수다. 두 선수는 동메달을 딴 한국의 임종훈, 신유빈 선수 그리고 금메달을 딴 중국의 왕추친, 쑨잉샤 선수와 시상대 위에서 셀카를 찍었다. 이 장면은 주요 외신들이 올림픽 10대 뉴스로 선정할 만큼 감동적인 순간으로 꼽혔으나, 정작 선수들은 북한에서 처벌 위기에 놓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두 선수에 대한 보고서에는 “당국이 제1적대국으로 규정한 한국 선수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 ‘히죽히죽’ 웃음 띤 모습을 보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금용의 경우 셀카를 찍을 때 웃어 보였고, 리정식은 시상대에서 내려온 뒤 다른 나라 선수들을 오랫동안 응시하며 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데일리NK는 “실제 북한 당국이 이들에게 처벌을 내릴지 아니면 경고나 자기반성 등 비교적 가벼운 비판으로 사안을 마무리 지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선수들은 내각 체육성 총화에서 이번 올림픽 성적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선수들은 성적에 따라 표창을 받거나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 앞서 국제 대회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1~2개월 무보수 노동 처벌을 받는 일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상호 비판과 자기 비판이 진행된다. 소식통은 “다른 나라 선수와 접촉이 있었을 경우 본인 스스로 자기 비판에서 강하게 잘못을 반성해야 추후 정치·행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