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에 반대해 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습니다. 어제(2일)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의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한 데 이어 2번째 각하 결정을 내린 겁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과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결정에 대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오늘 각하했습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입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피신청인 교육부장관이 각 대학의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정하기 위한 일련의 단계적인 행위”라며 “직접 상대방은 의과대학을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고 신청인들은 이 사건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라 제 3자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양질의 전문적인 교육을 할 수 있거나 양질의 전문적인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이익이나 기타 경제적 피해 등’은 이 사건 처분에 따른 간접적·사실적·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신청인들의 주장과 제출된 소명자료를 모두 살펴보더라도 신청인들에게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 그러니까 고등교육법 등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오늘 결정은 어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가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들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한 것과 비슷한 취지입니다.
당시 재판부도 의대 교수협의회가 의대 증원·배정 처분에 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을 가진다고 볼 수 없어 신청인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신청인 측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대리인인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수험생의 원고적격을 부정했다는 점은 대법원 판례에 정면으로 위반된다”며 “고등교육법은 명백히 수험생에게 입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대입전형 1년 10개월 전에 발표된 입시요강을 변경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제 각하 때와 마찬가지로 서울고법에 즉시 항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연세대 의대)이 낸 집행정지 신청은 연세대에 증원이 없어 각하될 것이 명백한 만큼, 취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제기된 집행정지 신청 6건 중 2건은 법원의 각하 판단을 받았고, 1건은 스스로 취하했습니다.
현재 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 5명, 전국 40개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1만3천여명 등이 제기한 집행정지 3건이 서울행정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이 변호사는 “정부의 증원, 배분 처분의 최대 피해자는 의대생이므로 전국 40개 의대생 사건에서는 원고적격이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